황우석이야기]손석희 교수와 황우석 박사

황우석이야기 82 손석희 교수와 황우석 박사

"가장 힘든 방송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황우석 박사에 관한 것이었다."

며칠 전 손석희 교수가 라디오 진행 10년의 공로로 '브론즈 마우스'를 수상하며 한 말입니다.

우선 손 교수의 브론즈 마우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단순히 유명해서,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8년 동안 아침시사프로그램을 해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진심어린 축하를 받아야 합니다.

아침시사프로그램을 연출해본 사람으로서 8년간 그런 프로그램을 해왔다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왜냐하면 아침 6시에 방송이 시작된다고 하면 적어도 5시에는 방송사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아무리 집이 가까워도 새벽 4시에는 눈을 떠야하고, 그러려면 저녁 술자리나 인간관계는 끊어야하는 생활의 연속이고, 한편으로 조그마한 정세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하는 아침 시사프로그램이기에 전날 9시 뉴스 논조가 어떠했다라는 것은 최소한 모니터링 해야합니다. 다시 말해 9시 뉴스를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잠이 드는 밤 10시이후부터 새벽 4시까지의 대여섯시간 수면시간만으로 8년을 버텨왔다는 것이며 더구나 일주일에 한번 백분 토론을 하는 날이면 아예 방송국에서 잠을 자며 아침의 시선집중을 진행해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체력관리 뿐 아니라 그가 방송을 위해 감내해야하는 비정상적인 생활들-인간관계, 가족관계 등-이 어떠했을 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만 3년 아침시사프로그램 연출했을 때 잇몸이 주저앉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만 3년째에는 주 5일제로 전환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손 교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부터 2시간동안 달려왔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그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런 그가 큰 상을 받는 자리에서 황우석 박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아무도 황 박사 이야기를 유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스스로 꺼낸 것입니다.
가장 힘든 아이템은 황우석 논란이었다고.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의 이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 3년 전 어느 날 아침인가 그가 시선집중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시선집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사프로그램, 그리고 뉴스에서는 연일 황우석 박사를 확정된 사기꾼인양 보도했습니다. 연일 나라망신에 빨리빨리 조급증이며 윤리를 운운했던 시설, 그러나 시선집중 만은 이상하게도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던 중 시선집중에 최승호 CP가 출연하더군요.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같은 방송사 직원인 에 대해 손석희는 무슨 질문을 할까?

그런데 의외였습니다. 다른 어떤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보다도 피디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더군요. 손석희 진행자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지만, 최소한 에 대해 당시 일반인들이 느끼던 감정과 느낌에 바탕을 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중 이런 질문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황 교수가 조작을 알고있었다면 어떻게 해서 피디수첩 팀에게 줄기세포를 넘겨줄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또 한 가지 여전히 남는 의문은 뭐냐 하면 황 교수가 실제로 이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본인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라는 전제 하에 얘기하자면 줄기세포 다섯 개를 검증하기 위해서 어떻게 그걸 PD수첩 팀에 줄 수 있었겠느냐, 거기에 (자신들은 진짜를 만들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그건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겁니까?"

"그건 황우석 교수 팀에서 확인만 해봤다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다섯 개를 내놓은 것은 아직까지 저도 이해가 안 가는데 만일에 자신 있었다면 내놨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조작이라는 것이 드러난 지금 이 상황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네요?"
(2005년 12월30일 금요일 시선집중)

결국 거듭되는 질문에 기세등등하던 피디수첩 피디의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고, "사실은 자신들도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지만.."이라는 보다 신중한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나온 손석희 진행자의 질문.

"또 세간에서 이런 얘기가 있다는 건 잘 아시죠? 그러니까 PD수첩 팀이 이 문제를 좀더 기다려줬더라면 세상에 내놓지 않고... 보다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압박감을 덜 줬더라면 황우석 팀에서 실제 성과를 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게 물론 논문 조작과는 별개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동안에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과학계 관행이 조금 앞서서 발표하고 거기에 따라서 기금을 모으고 그걸로 해서 발표된 논문 수준에 맞도록 성과를 내놓고 이런 것들이 있었다고 하기에 그래서 PD수첩 팀에서 좀더 신중하지 못했지 않느냐,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가 잇따랐고, 아마도 시선집중은 어떤 식으로든 황우석 논란을 건드리기는 건드려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침묵했습니다.
물론 1월10일 서울대 최종발표가 난 다음날인 1월11일날 시선집중 역시 다른 방송과 똑같이 기자브리핑을 통해 서울대 입장을 전하고, 민주노동당 한재각씨를 연결해 정부문제점비판을 들어보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후 전개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철저한 침묵의 길을 걷고 있지만...그래도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손석희 진행자의 이 말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PD수첩 팀이 이 문제를 좀더 기다려줬더라면 세상에 내놓지 않고... 보다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압박감을 덜 줬더라면 황우석 팀에서 실제 성과를 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매일 아침 건강한 목소리로 청취자들과 만나야하는 새벽 방송인에는 잠이 보약입니다.
때려죽이더라도 전날 조금이라도 편안한 잠을 자야 오래 갑니다.
그런 손석희 교수가 황우석 논란에서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겨우 1장짜리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 날 밤 손석희 교수의 고뇌어린 표정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성실한 지식인들이 만날 수 밖에 없는 고뇌와 맞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당시 잘 모르면서도 아는 채 목소리만 높이던 껍데기 지식인들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던 손 교수가 더 믿음이 갑니다. 밝힐 수 없다면 차라리....
http://www.minchori.org/v3/board.php?board_id=1&no=39740&mode=view

by 띵~♠ | 2008/12/23 10:47 | 줄기세포 story ◀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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